제3회 세종도서 독서감상문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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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3월의 부활절
  • 김진균 저 | 도서출판 책과나무
  • 문제적 세상을 따뜻하게 치유해 주는 작가 김진균의 첫 작품집. 삶의 모습이 이처럼 따뜻하고 인간적일 수 있다니. 마음이 정화되고 치유되는 것 같았다. 김진균 작가의 작품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이었다. 김진균 작가의 작품집에 실린 단편들은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다루고 있다. 민주화 운동 관련 내용에서부터 가족이야기까지 그의 작품세계는 어느 한 소재에 국한되지 않는다. 매우 폭넓고도 깊다. 첫 작품집인데도 작품 세계가 이같이 풍부하고 깊다는 것은 그간 많은 작품을 써 온 작가다운 필력과 자신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광주민주항쟁에 참여하거나 유신을 반대하는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가 정신과 육체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사람을 그린 작품을 보면 그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다루는 작가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작가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입장에서만 무겁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도 아니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있을 법한 사람들과 그들의 상처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의 감동과 공감을 자아낸다. 사소한 오해로 이별한 연인들의 이야기와 친구간의 우정, 가족 간의 갈등을 다룬 작품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 삶의 모습과
  • 5월의 파리를 사랑해
  • 양선희 저 | 중앙일보플러스주식회사
  • 현역 기자이자 등단 작가이기도 양선희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두 번째 장편소설 『5월의 파리를 사랑해』를 펴냈다. 양선희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소설 습작을 해오다가 마흔일곱 살 되던 해인 2011년 《문예운동》으로 등단하여, 2013년에 첫 장편소설 『카페 만우절』(나남)을 상재한 바 있다. 첫 장편소설(이 전작에 대해 작가는 이 소설을 쓴 후 그 열기로 써낸 ‘번외편’이었다고 한다)에서 미모의 연극배우 민은아의 죽음을 둘러싼 인간 내면의 허위의식을 파헤쳤던 그는, 이번 소설에서 1980년대에 함께 대학시절을 보냈던 세 친구들(민아, 성재, 승우)의 절절했으나 꽃피우지 못했던, “소리 내어 말하지 못했던”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특유의 섬세한 언어로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은 1980년대 싱그러우며 황폐했던 젊은 날, 너무 사랑했던 세 친구들이 어느 날 갑자기 뿔뿔이 헤어져야만 했고, 그리고 시간이 흘러 성공과 출세의 길을 걷지만 결국 쓸쓸하고 불안한 개인으로 남아버린 세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행복한 삶과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묻는다.
  • P의 도시
  • 문지혁 저 | 은행나무
  • 국문학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는 ‘은행나무 노벨라’ 열세 번째 수록 작품. 《P의 도시》는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에서 벌어지는 욕망과 사랑, 복수와 용서에 관한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얽혀 있는 오지웅, 강미혜, 한평화, 이희광 목사 등 등장인물 4명의 입을 통해, Professor(교수), Partner(파트너), Pursuit(추적), Punishment(징벌), Pastor(목사) 등 알파벳 P를 첫 글자로 한 몇 개의 키워드가 챕터를 이루며 소설을 이끌어간다. 4명의 인물이 각자의 입장에서 고백하는 사건의 진실을 조각조각 확인하다보면 어느새 독자는 무엇이 진짜인지, 누가 옳고 그른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4명 중 어느 쪽의 이야기를 지지하든 결국엔 삶의 굴레인 ‘고통’이라는 주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시종 긴장감을 잃지 않는 속도감 넘치는 서사와 촘촘하게 짜인 플롯의 정교함 역시 빠뜨릴 수 없는 이 소설의 묘미이다.
  • 가토의 검
  • 김이수 저 | 나무옆의자
  • 국회 출입기자 김영민은 어느 날 이복형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형은 한쪽 귀가 잘리고 머리에 심한 상처를 입은 채 숨진 상태였고, 경찰은 이를 단순 뺑소니 사고가 아닌 살인사건으로 규정하고 수사에 착수한다. 영민은 인천세관에 근무하던 형이 압류물품 창고에서 물건을 빼내다 발각돼 감사를 받는 중이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기자 특유의 동물적 감각으로 주변을 탐문해간다. 사건을 담당한 곽 형사는 피해자 가족임을 내세워 수사에 개입하려 드는 영민을 못마땅해 하면서도 그에게 수사 정보를 슬쩍 흘린다. 형의 마지막 행적을 더듬던 영민은 마침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양 보좌관임을 알아낸다. 양 보좌관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4선 의원 채문식의 수석보좌관으로 능구렁이처럼 노련하고 넉살 좋은 인물이라 영민과 필요한 정보를 교류하며 친분을 유지해온 사이다. 그가 왜 형을 찾았을까. 양 보좌관과 형, 압류물품 창고에서 빼낸 물건. 거기에 사건의 중요한 열쇠가 있었다. 영민은 새벽에 몰래 양 보좌관의 책상을 뒤져 의문을 풀어줄 결정적인 문서인 ‘금란가사환수위원회 활동보고서’를 입수한다.
  • 간호사 J의 다이어리
  • 전아리 저 | 도서출판 답
  • "시내 외곽의 낡아빠진 종합병원. 이사장의 세례명을 딴 <라모나 종합병원>이지만 사람들은 <나몰라 종합병원>이라고들 부른다. 비듬투성이의 지저분한 닥터 박, 휑한 입원실에 드문드문 자리를 차지한 나이롱(?)환자들, 그리고 왕년에 좀 놀았던 간호사 소정. 대학병원의 멋진 수간호사가 되는 게 꿈이었으나 현실은 <나몰라 종합병원>에 취직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심심하면 병 없이도 입원하는 순복 할매, 어설픈 자해공갈로 먹고사는 강배씨, 잘생긴 고등학교 폭주족 중민이. 심심하면 가끔 나타나는 현대판 마리 앙뜨와네뜨인 병원 이사장 라모나 여사. 그리고 자꾸 신경을 건드리는 분식집의 ‘그 남자’.…한 명씩 놓고 보면 어째 조금씩 모자란 사람들 같지만, 이들이 뭉쳐 아웅다웅 거리면 서늘한 병원 실내도 어느새 따뜻해지는데! 간호사로서 뿐 아니라 사회인으로서 거듭나는 직녀의 ‘여전히’ 좌충우돌인 간호사 일기.
  • 개와 늑대의 시간
  • 김경욱 저 | 문학과지성사
  • 1993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래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김승옥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계속해온 김경욱의 일곱번째 장편소설이다. 1982년 4월에 일어난 ‘우순경 사건’을 모티프로 삼은 이 소설은, 참사가 일어난 하룻밤 사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피해자 한 명 한 명의 삶에 집중하고 있다. 마치 장기 미제 사건에 덤벼든 프로파일러처럼, 김경욱은 사실성의 씨줄에 개연성의 날줄을 엮어가며 비극의 진실을 끈질기게 추적해나가지만, 결국 작가의 시선이 멈추는 곳은 끝내 말하지 못한 채 스러져간 사람들 개개인의 소중한 삶이다. 또한 김경욱은 이 비극적 사건 이면에 존재했던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작가 특유의 위트 넘치는 문장으로 들춰내 보인다. 이 소설은 끝내 말하지 못한 쉰여섯 명의 이야기를 찬찬히 풀어가며 이 사건의, 이 세계의 ‘진짜 진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 거의 모든 거짓말
  • 전석순 저 | (주)민음사
  • 『철수 사용 설명서』로 2011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전석순 작가의 새 장편소설이 오늘의 젊은 작가 열한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거의 모든 거짓말』은 ‘거짓말 자격증’ 2급 소지자인 주인공의 거짓말 가이드북이다. ‘나’는 3급이거나 1급 거짓말 자격증을 소지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 혹은 거짓말은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르는 상대방과 거짓말 게임을 벌인다. 자격증 소지자는 백화점 매장이나 레스토랑에 투입되어 직원들의 친절도를 판별하는 일을 하거나 급수가 높은 경우 누군가의 역할을 대신 해내는 심부름을 한다. 『거의 모든 거짓말』에서 거짓말은 능력과 스펙이 되고 주인공은 스펙을 갖추려 발버둥치는 청년에 불과하다. 독자는 주인공의 거짓말을 따라 가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지점에 이른다. 소설은 시종 건조하고 차분한 어조로 사건을 이어가지만,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거짓말일 수 있다는 긴장을 유지하며 독자의 시선을 잡아챈다.
  • 겨울정원
  • 김연정 저 | 도화
  • "겨울정원"은 무심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일상의 풍경과 그 속의 격렬한 내면의 모순이 얽혀있는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인물들의 자기 상처의 모순과 불안에 관한 응시 혹은 싸움을 통해 전개되는 자기탐구의 모습을 자연스러운 품격으로 그리고 있다. 일곱 편의 소설은, 화자들 특히 여성들이 겪고 있는 실존적 모순과 불안을 여성 경험의 정직성과 절실함을 통해 찾고 있어 독특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 경성 탐정 이상(2)
  • 김재희 저 | (주)시공사
  • 암호와 추리에 능한 천재 시인 이상과 생계형 소설가 구보의 두 번째 경성 활약극. 한국추리문학 대상 수상작 《경성 탐정 이상》의 두 번째 이야기. 손님의 발길이 끊긴 어느 늦은 밤, 이상과 구보가 글을 쓰고 있는 제비 다방에 의뢰인이 찾아온다. 작지만 단단한 체구에 남성 양복을 갖춰 입은 의뢰인은 놀랍게도 여성으로, 조선 최초의 여자 비행사 권기옥이다. 중국군 소속으로 독립운동가로도 활동 중인 기옥은 단독 비행을 마친 자신의 비행기 짐칸에서 정보과 여직원의 시체가 발견된 일로 일본 스파이로 몰려 이상에게 도움을 청하러 경성을 찾은 것이다. 기옥의 결백을 믿는 이상과 구보는 경성의 모던보이들의 모이는 고급 카페 ‘블루 마운틴’을 찾는데. 욕망과 불안, 근대사상과 미신, 순수와 향락이 공존하는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그려낸 낭만 미스터리.
  • 고래 그림 碑
  • 유익서 저 | 산지니
  • 197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래 꾸준히 예술의 존재 이유와 예술가의 삶에 대한 소설을 발표해온 원로 작가 유익서의 소설집. 한산도에 칩거한 지 7년, 치밀한 연구와 함께 예술의 본질에 대한 사유를 정제해온 작가는 이 소설집에서 문학은 물론 고고미술, 국악, 춤, 현대미술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자신의 예술론을 집대성한다. 현대인들의 삶에서 가장 결핍되고 왜곡되어 있는 것이 아름다움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고래 그림 碑』는 아름다움의 참이름을 찾아 나서는 주인공들을 그린다. 반구대 암각화와 피카소, 승전무와 아쟁 산조를 관통하는 이 작품집을 통해 작가는 ‘오늘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예술은 어떤 것이며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또 ‘아름다움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화두에 대해 과감하면서도 진중하게 답한다.
  • 고마네치를 위하여
  • 조남주 저 | 은행나무
  • 3천만원 고료 제2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고마네치를 위하여》는 ‘고마니’라는 이름의 여성 화자가 세계적인 체조 선수 코마네치와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꿈과 현실의 괴리를 더듬는 소설로, 세상의 속도와 얄팍한 셈법을 따라잡지 못하는 사람들의 욕망과 좌절, 상처의 기억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시대를 거스르는 윤리감각을 고수하며 실패 이후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내는 보통 사람들의 옥작복작한 세계가 재미와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소설가 박범신, 김인숙, 이기호, 문학평론가 류보선 등 네 명의 심사위원은 “기존 성장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한 디테일들을 능숙하게 직조해내는 솜씨, 자존감과 양심을 지키려는 이들의 선(善)의 의지와 갈등, 세상에의 분노를 희비극적 정조로 승화시키는 힘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 고양이를 사랑하는 법
  • 박선희 저 | 나무옆의자
  • 고등학교 1학년인 소리, 은성, 이랑은 소리의 이모가 운영하는 카페 한쪽에 마련한 ‘명작극장’에서 정기적으로 영화를 감상하고, 명작극장의 마스코트가 된 유기 고양이 오드리를 함께 돌보며 돈독한 우정을 과시한다. 만나면 폭풍 수다를 떨거나 넘치는 애정을 주체하지 못해 티격태격하고, 오드리와 장난도 치며 깨알처럼 재미난 10대를 보내온 이들이지만 서로에게 느끼는 애정의 강도는 조금씩 다르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소리와 이랑이 서로에게 ‘베프’ 중의 ‘베프’라면, 고등학생이 되어 친구가 된 은성은 두 사람 사이에서 ‘아직 덜 그려진 삼각형의 한 변’이 된 것 같은 소외감을 종종 느낀다. 그럼에도 은성 역시 명작극장의 일원이자 오드리의 세 집사 중 하나로 지내는 것을 행복해한다. 그러던 어느 날 화창했던 이들의 우정에 먹구름이 몰려온다. 이랑이 로마라는 남자애와 사귀고 있으면서 비밀에 부친 것. 은성의 과거도 소리와 이랑에게 충격을 준다. 믿었던 친구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 미안하고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생각 차이, 기적처럼 얻은 친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세 친구로 하여금 아픈 시간을 맞게 한다.
  • 공중 그늘 집
  • 윤순례 저 | 은행나무
  • 전작 《낙타의 뿔》에서 조선족 여자, 사기꾼, 실의에 찬 주인공이 이루어내는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바 있는 작가는, 이번 소설집 《공중 그늘 집》에서 더욱 넓고 깊어진 품으로 주변부 인생들의 삶을 보듬는다. 수록된 일곱 편의 소설에는 억센 현실에 어떻게든 발붙이려는 이주노동자의 애환이 있고, 몇 년째 캄보디아에서 아버지의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아이의 애탄 부름과 한 가족의 위태로운 일상이 있다. 티브이 프로그램에 출연 신청한 방글라데시 며느리와 난생처음 가본 이국에서 이방인이 된 시어머니의 독백이 있고, 무국적자로 전락한 조선족 여자의 지난한 삶의 그늘이 있다. 몸은 현실에 오롯이 붙박여 있으나 내면은 황폐한 이들이 생을 흔드는 바람의 줄기를 잡고자 애쓰는 심사가 또한 그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공중 그늘 집》은 다양한 이유로 낯선 땅, 새로운 환경에 처한 이들의 ‘디아스포라’적 삶의 풍경을 곡진한 문체로 그리고 있다. 하루하루 간신히 살아가는 인간들이 섞이고 겉돌며 서로를 끌어안으려 애쓰며 살아내는 오늘 또 하루가 가슴 저릿한 감동을 선사한다.
  • 공항철도 편의점 : 김경해 소설집
  • 김경해 저 | 도서출판 북인
  • 김경해 작가의 소설집 『공항철도 편의점』이 출간되었다. 1998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2003년에는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도 당선되기도 했다. 소설집에는 대학 자퇴 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도는 한 여대생이 공항철도 편의점 직원과 만난 하룻밤 이야기를 쓴 「공항철도 편의점」을 비롯해 「첫 번째 프로포즈」, 「내 남자의 가벼움」, 「그녀를 위한 얌모 얌모」, 「보로니아」, 「사랑을 새기다」, 「아버지의 노래」 등 각기 다른 색채의 사랑 이야기 7편이 실려 있다. 김경해 소설의 특징은 섬세한 문장과 정확한 묘사에 있다. 소설 속 공간과 인물, 그리고 이를 표현해내는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잘 알지 못하는 공간이거나,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해서는 절대 쓰지 않고 반드시 현장을 취재한 후 쓴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김경해 작가는 ‘앉아서 잘난 자기 머리만 믿고 쓴 것과 발로 쓴 작품은 다르다’는 한 원로 문학평론가의 상찬을 듣기도 했다. 소설 초교는 하루 만에 써낼 때도 있지만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퇴고는 신물이 날 정도로 오랜 시간 공을 들인다고. 그러하기에 그는 글을 아주 느리게, 천천히 쓴다.
  • 금강(1-3)
  • 김홍정 저 | 도서출판 솔
  • 중종반정 이후 조선의 조정은 공신(功臣)과 사림(士林)간의 권력 투쟁이 끊이지 않고, 급기야 선비들이 떼 죽임을 당하는 기묘사화(1519), 을사사화(1523), 기축옥사(1589) 등의 참극이 이어지는데, 이러한 당쟁과 사화(士禍), 이몽학의 난을 모티브로 하여 16C초~16C말 임진왜란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큰 스승인 충암(忠庵)의 가르침을 따르는 ‘동계同契’가 결성되고, 이를 중심으로 세 여인(연향, 미금, 부용)이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새 세상을 이루고 절망의 시대를 극복해나가려 하는 처절하고도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 氣(1-2)
  • 최남백 저 | 문예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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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깊은 바다 속 파랑
  • 노희준 저 | (주)자음과모음
  •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문학의 외연을 넓히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노희준의 네 번째 장편소설. 『오렌지 리퍼블릭』에서는 강남에서 부모 세대가 이룩한 물질적 풍요를 바탕으로 향락적 소비문화를 즐기던 오렌지족의 은밀한 삶을, 『넘버』에서는 기억을 이식당한 채 시체 청소부가 된 남자와 타인의 기억을 조종하는 살인 호스트가 된 남자가 진짜 범인을 놓고 벌이는 대결을 흥미롭게 그려낸 그의 상상력이 이번엔 심해의 깊은 어둠 속을 향한다. 작가는 인류의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심해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를 절망과 희망이라는 경계선 위에 세워놓는다. 구세계의 마지막 날, 인류 앞에 나타날 단 하나의 희망은 무엇일까?
  • 까칠한 재석이가 달라졌다
  • 고정욱 저 | 비전비엔피
  • 까칠한 재석이의 네 번째 이야기 《까칠한 재석이가 달라졌다》는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세상 속에서도 정말 중요한 것은 자기다움을 잃지 않는 것, 자기 개성을 표현하는 것임을 깨달아가는 재석이와 친구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외모로 서열을 정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SNS에 악성 댓글을 다는 등 더욱 지능적이고 교묘해진 학교 폭력의 실상마저도 적나라하게 묘사하였다. 달라진 재석이가 이번 사건은 또 어떻게 해결할지, 책장을 넘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 재석이와 친구들이 ‘채린’이라는 후배를 도와주면서 그동안 갖고 있던 외모에 대한 무조건적인 경외감과 편견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깨닫고, 가치관이 달라지는 과정을 재미있게 구성했다. 더불어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하는 각 인물들의 모습과 가끔은 실수와 실패를 경험하지만 매번 새로운 멘토의 도움으로 조금씩 발전을 거듭하는 성장 스토리는 가슴 떨리는 감동을 선사한다.
  • 꿈 : 트로이 메라이
  • 연규호 저 | 문학나무
  • <꿈_트로이메라이>은 미국 이민의 꿈을 실증하는 문학으로 평가된다. 연규호 소설가, 의사 46년 은퇴 기념 창작집답게 흰옷 입은 사람의 꿈과 고백을 새긴 단편소설 9편과 솔직담백한 수필 14편이 실려있다. "미주 장한연세인상을 받은 나는 의사소설가로서 미국에 와서 꿈을 실현했는가?" 물음의 답을 그는 이 소설산문집으로 대신했다. 그리고 신을 향한 기도의 글로 읽히기를 바랐다. 그래서 오로지 사람을 사랑하는 그의 문학은 슈만의 트로이메라이적 감성의 음악소리를 낸다는 평가에 값한다.
  • 이병순 저 | 산지니
  • 이병순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으로 슬리퍼, 창, 스마트폰 등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을 통해 일상에 나지막하게 깔려 있는 삶의 질문을 끌어올린다. 우리 삶의 진실, 생(生)의 절실한 얼굴과 현장을 바탕에 깔고, 다양한 주제들이 단단한 서사와 정갈한 문체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 즉, 허황하게 공중으로 휘발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읽는 이에게 다가가 턱 하고 박히는 현실감과 공감력을 내장하고 있다. 『끌』은 화려하진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삶을 가다듬어 나가는 인물과 소설 곳곳에 자리한 일상의 흔적으로 독자들에게 공감과 더불어 문학의 의미, 삶의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역사적 인물인 김부식, 정지상을 주인공으로 한 「부벽완월」, 18세기 말 조선의 어느 화공 이야기를 다룬 「비문」에서는 문학과 예술에 관한 작가의 숙고와 성찰을 전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 나혜석, 운명의 캉캉
  • 박정윤 저 | 푸른역사
  • 2005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후 2012년 제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프린세스 바리》, 《목공소녀》 등의 작품을 발표해온 박정윤이 6년 동안 처절하게 써내려간 나혜석 일대기. 감성적 문체와 예민한 문제의식으로 밑바닥 삶을 촘촘하게 복원하고 사회의 여러 문제를 민감하게 읽어낸다는 평가를 받아온 작가는 이 책에서 '영원한 신여성' 나혜석의 비극적 운명에 눈길을 던진다. 작가는 나혜석의 비극적 운명에 다른 인물들의 운명을 겹쳐놓는다. 어릴적부터 나혜석과 함께하며 그녀의 운명에 깊숙한 흔적을 남긴 엘리제 마담, 나혜석의 죽음을 믿지 못해 그녀의 마지막을 파헤치는 엘리제 마담의 딸 윤초이, 아버지 독고휘열과 나혜석의 인연 때문에 그녀의 삶을 소설로 그리는 독고완, 뜻하지 않게 독고완과 윤초이의 원고를 습득하면서 자신의 할아버지, 할머니와 나혜석의 인연을 알아가게 되는 ‘나’. 작가는 소설 속 소설이라는 틀을 빌려 이들의 운명을 씨줄날줄로 조밀하게 엮으며 파국의 길을 걸어가는 나혜석을 되살린다. 또한 나혜석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일제강점기뿐만 아니라 해방 후부터 한국전쟁 전까지의 사회상도 세밀하게 담아낸다.
  • 노량 : 이순신 시마즈 요시히로, 숙명의 조우
  • 허수정 저 | 신아출판사
  • 장중한 의고의 문체로 빚어낸 객관과 성찰의 조선 시선, 일본 시선! 수많은 희생을 발판으로 기어이 아군의 선대는 적들의 간격으로 근접했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해역, 아군과 적은 뒤엉켰다. 눈이 핑핑 돌 만큼 처절한 혼전이었다. 서로가 결사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이렇게, 이렇게 용과 호랑이가 온힘을 다해 사납게 격돌하는 것처럼 천지를 진동시키고 바다를 격앙시키는 전투를 개전 이래 지금까지 과연 본 적이 있었던가, 영지를 다스리는 다이묘이자 무장, 끝까지 의연해야만 하였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신경이란 신경은 곤두선 채 피를 토하듯 그야말로 본능적으로 공격 명령을 요시히로로서는 멈출 수가 없었다.
  •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 윤고은 저 | 한겨레출판
  • 이효석문학상, 한겨레문학상, 대산대학문학상 수상 작가인 윤고은의 세 번째 소설집. 대담한 상상력과 유쾌한 풍자, 그리고 신선한 문체로 현대 사회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독보적인 개성으로 이야기했던 작가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의 작품을 묶은 이번 소설집에서 조금 더 두 발을 땅에 단단히 붙이고 서서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따스하고도 고유한 여덟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윤고은은, 삶보다 더 큰 악몽을 달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너무도 바쁘게만 그리고 삶을 연장하기 위해서만 애쓰는 이들에게 "난 그쪽 세계의 생존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들이 짊어진, 매일같이 싸고 푸를 삶이라는 생존배낭 안으로 소독제일 수도, 온기일 수도 있는 여덟 가지 이야기를 슬며시 밀어 넣는다. 생존에 있어선 아무 소용없어 보이는 이 소설들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싱크홀 속에 갇혀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우리에게 쿨함과 다정함으로 다가와 그 느닷없음이란 공포로부터 꺼내어준다.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를 읽으며 우리는 서로 등과 가슴을 맞대고 함께 걸어가는 이야기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유머러스한 품격을 잃지 않은 채로.
  • 달의 호수
  • 유시연 저 | 푸른사상사
  • 유시연의 소설집 『달의 호수』는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부조리한 삶 속에서 소외되고 지쳐가는 현대인들을 그려내고 있다. 표제작인 「달의 호수」의 남편은 한때 외도를 저지른 탓에 아내를 떠나 보내고 병든 몸이 되어 이국에서 겪은 홍수를 떠올리며 죽음을 가상 체험하고 있다. 「존재의 그늘」의 남녀는 전원 생활을 꿈꾸며 시골로 내려왔지만 불안과 소외를 극복하지 못한다. 「햇빛, 쏟아지다」에서 아내가 가출한 뒤 혼자 힘으로 아들을 키웠던 아버지는 자신의 과거를 거울로 비추어낸 듯한 아들 부부의 불화와 이혼을 절망적인 심정으로 지켜본다. 사랑하는 가족 사이에서도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외면하는, 미로처럼 막막하기만 한 피로한 현실에서도 그들은 잠시잠깐, 순간의 행복을 찾는다. 잠깐 품에 안아본 강아지의 따뜻함에서, 치매 걸린 노인과의 대화에서, 문득 마주친 자연과의 합일에서. 그 순간 우리는 살아 있음을 새삼스럽게 의식하고, 다시 힘을 내어 살아봐야겠다고 다짐한다. 인간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 담배를 든 루스
  • 이지 저 | (주)웅진씽크빅
  • 제7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담배를 든 루스》. 대학을 휴학한 이후 각종 알바를 전전하며 의미 없는 나날을 살아가는 스물셋의 ‘나’. 능력으로 보나 집안으로 보나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월등했던 절친은 ‘더 이상 자판기 같은 존재이길 거부’한다며 절교를 선언하고 런던으로 떠나갔다. 가족도 없는 나에게 남은 것이라곤 오직 희고 뚱뚱한 베개뿐. 하지만 그마저도 홀연히 사라진다. 잃어버린 베개를 찾아 헤매는 도중 나는 ‘날씨연구소’라는 바의 구인공고를 보게 된다. 말장난 같은 면접을 거쳐 ‘날씨연구소’에서 일하게 된 나는 진짜 이름 대신 ‘리즈’, ‘아리’ 등의 애칭으로 불리면서 일상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나를 ‘유키’라 부르며 아껴주던 일본인 손님 요키 상이 ‘실례합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긴 채 돌연 생을 마감한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나의 주변을 이루고 있던 모든 것들이 급변하는데…… 소설은 삶의 무기라고는 질긴 생활력과 잡다한 알바 경력뿐인 스물셋 '나'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가며, 주류 사회에서 철저하게 주변화된 청춘에 대해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 대아비지 : 불멸로 향하는 길
  • 조동수 저 | 도화
  • 서라벌 황룡사 마당에 세워졌던 장엄한 9층 목탑을 건립한 백제의 도인 ‘대아비지’의 모습이 흥미롭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백제의 큰 스승이었던 대아비지가 적국인 신라에서 9층 목탑을 세워가는 과정이 마치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견딘다는 주목처럼 살과 군더더기가 모두 제거된 문장으로 핍진하게 그려지고 있다. 대아비지가 9층 목탑을 세우는 과정이 독자들에게 ‘영원의 길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바로 이 밝고 청정한 거울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불멸의 생명력을 획득하게 된다’는 깨달음으로 와 닿는 소설이다.
  • 동이의 꿈
  • 박석흥선 저 |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 전국 각 지역의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역사 다큐 소설 창작 프로젝트 여성동학다큐소설 시리즈 중 북한편. 해주성 등의 북한 지역에서 동학농민운동에 깊숙이 관여했던 김구를 중심에 두고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북한 지역 지역에 동학이 전파되던 초창기(1860년대)부터 동학 이후 천도교라는 종교로 개편되면서 끊임없이 민족 운동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이 지역 동학도들의 지난한 삶과 투쟁을 하나의 고리로 엮어 나가는 이야기 흐름이 장장하다. 김구와 안중근의 부친 안태훈의 인연, 김구가 동학을 떠난 이후에도 계속된 동학 인물들과의 끈질긴 인연의 끈에 관한 이야기가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펼쳐진다.
  • 두 얼굴의 사나이
  • 강태식 저 | 은행나무
  • 2012년 장편소설 《굿바이 동물원》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작가 강태식이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소설. 전작 《굿바이 동물원》을 통해 특유의 날카롭고 위트 있는 문체로 경쟁사회에서 실패하거나 좌절한 이들의 웃픈 현실을 생생히 묘파했다는 평가를 받은 작가는 이번 작품 《두 얼굴의 사나이》에서 인간의 잠재된 욕망을 상징하는 또 다른 인격체의 등장으로 정체성의 혼돈을 겪으며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고 밀도 있게 그린다. 끔찍한 사건으로 한순간에 행복하던 가정이 파탄 나 버린 남자 두병과, 전직 형사에서 돈을 받고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찾아다니는 심부름센터 직원으로 전락한 남자 종현의 인생에 갑작스레 들이닥친 통제 불능의 ‘나’를 통해 우리 내면 깊숙이 숨겨진 서늘하고 잔인한 욕망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라피스라줄리
  • 강문규 저 | 생각나눔
  • 1997년 북한,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 평양과 룡천에서 량강도로 추방당한 영철과 정혜, 강옥 자매는 처참한 현실을 뒤로하고 중국으로의 탈출을 결심한다. 탈북브로커를 만나러 두 자매를 이끌고 국경도시 혜산으로 간 영철은 음모에 휘말려 당국에 적발되어 노역소에 수감되고, 정혜와 강옥은 중국에 팔려가 갖은 고초를 당하다가 반죽음이 된 상태로 뒷골목에 버려진다. 행인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두 자매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만주의 한인 교회에 의탁하게 된다. 출소한 영철은 만주로 가 두 자매를 찾게 되고, 그들은 베트남, 캄보디아를 거쳐 남한에 정착한다. 성인이 된 영철은 특전사에 지원 입대해, 한국이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한 오쉬노부대에서 근무하는데, 아프가니스탄의 反 탈레반 연합체인 북부동맹과 탈레반의 전투 한가운데에서 아프가니스탄의 고대도시인 헤라트로 흘러들어 가 핵융합의 연료가 되는 가스인 헬륨-3을 발굴했다고 믿게 된다. 오쉬노부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면서 한국으로 귀국한 영철은 인공태양 기술을 완성했다고 비공식적으로 알려진 대전의 한국핵융합연구소 연구원 오보라 박사의 실종과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되는데...
  • 러브 레플리카
  • 윤이형 저 | (주)문학동네
  • 국내 굴지의 문학상 후보로 거듭 거론되며 한국 문단의 중심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는 소설가 윤이형의 세번째 소설집. 총 8편의 수록작 중에는,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 「쿤의 여행」, 제6회 젊은작가상과 제5회 문지문학상 수상작 「루카」 등 일찍이 그 탁월함을 인정받은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 기대를 모은다. 그간 짧지 않은 공백기를 거치며, 윤이형의 집요한 시선은 ‘지금 여기’에 맺히게 된 듯하다. 언제부턴가 윤이형 소설의 주요한 특징으로 자리잡았던 SF적 상상력은 이제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도저한 사유의 실마리로서 삽입된다. 그리고 작가는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포착되는 미묘한 순간들, 인간 내면의 사소한 변화들을 따라가보는 일에 그 어느 때보다 몰두한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우리를 놀라게 했던 윤이형이었기에, 현실이라는 지면에 최대한 가깝게 저공비행하는 이번 소설집은 또다른 의미로 신선함을 안겨준다. 근작들의 빛나는 성과와, ‘윤이형 소설이 달라졌고 더 깊어졌다’는 문단의 술렁임에 근거할 때, 이 책은 오랜 공백을 깨고 등장한 윤이형의 새로운 행보, 그 시작을 수록하고 증거했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마야의 달
  • 김사라 저 | 청어
  • 지금까지 이토록 재미있고, 아름답고, 심오한 구도(求道)소설은 없었다! 진리를 추구하는 모든 철학자, 성직자, 문학인, 예술가 그리고 섬세하고 맑은 영성을 지닌 사람들의 필독서 『마야의 달』은 한 마디로 심미(審美)적 구도(求道)소설이다. 장자철학과 서양 숭고(崇高)미학의 양 날개를 『장자』의 ‘붕새(鵬鳥)’에 달아서 숭고새(崇高鳥)로 은유한 철학적, 우화적, 환상적 소설이다. 철학과 종교의 실체를 드러내기에는 이성적·기술적인 언어의 한계를 절감한 작가는 은유와 우화와 시적 언어, 상상과 영감과 직관의 문학적 문체를 사용하며 거침없이 동서양의 철학과 종교의 세계를 심미적 언어로 자유롭게 넘나든다. 『마야의 달』은 장자 철학과 서양 숭고미학의 만남이다. 서양철학, 유교, 불교, 도교, 기독교 사상을 숭고미학을 구심점으로 하여 도(道)·진리를 ‘심미적’ 차원에서 관철하고 표현했다. 도(道)·진리를 하늘피리 소리로 은유(隱喩)하고, 그 하늘피리 소리를 좇는 구도자의 여정을 붕새로 의인화하여 도(道)·진리를 예술과 진리의 일치의 경계로 표현한 숭고한 심미적 서사시다.
  • 마지막 무관생도들
  • 이원규 저 | 푸른사상사
  • 이원규 작가의 장편소설. 1907년 대한제국의 군대가 해산되며 무관학교에 남게 된 45명의 마지막 생도들, 작가는 10년에 걸쳐 일본 국립공문서관 등에서 발굴한 미공개 자료들을 바탕으로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행적을 추적하여, 굴곡진 근현대사의 일면을 소설적 형식으로 복원해냈다. 많은 사건,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모두 실제 사건, 실존 인물이다. 전작인 『약산 김원봉』(2005), 『김산 평전』(2006), 『조봉암 평전』(2013)에서 그랬던 것처럼 역사적 사실, 시간, 장소, 주변인물 기록 등 팩트를 절대가치로 삼고 그 안에서 허용될 수 있는 한 상상력을 붙였다. 항일과 친일로 갈라진 마지막 무관생도들의 삶을 작가는 냉정한 필치로 조명하며 묻혀진 진실을 밝혀냈다. 민족에 대한 반역 행위마저도 우리 역사의 일부로 끌어안았다. 젊은 날의 선택이 일생을 어떻게 지배하는가. 이타적 애국은 물론 반민족적 배반까지도 깊이 파고들어가 인간존재의 욕망의 내면을 파헤쳤다. 백범 김구, 신흥무관학교 교장 이시영, 청산리 전투의 영웅 이범석, 약산 김원봉 등도 등장한다.
  • 먼지 먹는 개
  • 손솔지 저 | (주)새움출판사
  • 미세먼지로 뒤덮여 온통 뿌연 잿빛 도시가 있다. 이 도시에서 어느 날부터인가 생명체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간다. 처음엔 물고기, 다음엔 쥐, 다음엔 개, 그리고... 사람. 먼지처럼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사람들은 생명체를 멸균 상태로 만들어 먼지처럼 사라지게 한다는 괴담 속의 약물 더스트 휴먼을 찾아 방황한다. <먼지 먹는 개>는 환경문제에 신음하는 현대사회를 배경으로 부도덕한 인간의 이기심이 빚어낸 유전자 조작 약물이 이 사회를 어떻게 파국으로 몰고 가는가를 낱낱이 파헤친 문제작이다. 신예 작가의 첫 장편소설임에도 현대사회에 던지는 날카로운 시선과 문제의식이 돋보인다. <먼지 먹는 개>에는 복잡하고 거대한 자본주의 사회의 표면 아래 피 흘리며 신음하는 사람들의 외침이 켜켜이 배어 있다. 작가는 소설 속에 섬세하게 세공해 놓은 삶의 단면들을 재치 넘치는 상상력으로 버무려내면서 날카롭고 차가운 비판의 시선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를 짚어낸다. 환상과 과학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기발한 서사에 고독한 현대인의 심리를 꿰뚫어보는 시선이 정확하고 담담해서 서늘하다.
  • 모래 인간
  • 김미수 저 | (주)도서출판 강
  • 『모래 인간』은 소설가 김미수의 첫번째 작품집이다. 장편소설 『소설직지』로 2014년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후 1년 만에 나온 작가의 두번째 책이기도 하다. 소설가 김미수는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미로」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2014년에는 단편소설 「내일의 노래」로 북한인권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모래 인간』에서 소설가 김미수는 생에 대한 기대와 좌절이 야기하는 막막한 안개 속을, 한번 뛰어볼 트램펄린으로 변화시킨다. 아홉 편의 단편소설 속 인물들은 심리적 불안을 앓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출구 없는 현실과 일상의 허무라는 물리적인 원인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 가운데 소설가 김미수는 위기에 몰릴 때 불현듯 발현하는 생에 대한 욕망을 정교한 구성의 소설로 펼쳐낸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속에서 선명하게 드러나는 생에 대한 충동은, 읽는 이로 하여금 생의 끈질기고도 충만한 시간을 체험케 한다. 김미수 소설집 『모래 인간』에는 마지막 여행에서 연인에게 살해될 것을 예감한 여인의 이야기인 「모래 인간」, 자신을 떠나간 아내와 만나기 위해 쉼 없이 택시 운전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인 「주황색 불빛」, 그리고 시력을 상실해가는 여자를 다룬 「소멸 연습」 등 아홉 편의 단편이 묶여 있다.
  • 몽화
  • 권비영 저 | (주)미래엔
  • 우리나라 역사에서 소외된 비운의 황녀 ‘덕혜옹주’를 세상에 알리며 소설가로서 입지를 다진 작가 권비영의 신작. 역사와 사회에서 소외되고 상처받은 영혼들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온 그가 다시 일제강점기로 돌아갔다. 이번엔 기록에 남아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명씨로 살다가 잊히거나 잊혀져갈 우리 소녀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절대로 우리가 쉽게 잊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다. 우리 민족에게 가장 혹독한 시련의 세월이었던 일제강점기.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는 정치 외교적인 사안과 엮이며 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치유되지 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우리가 끌어안아야 할 이 상처를 위해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몽화』는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된 소설이다. 저자는 일본의 폐탄광을 살펴보다 그 앞에서 무심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꽃나무를 바라보게 된다. 오랫동안 품고 있던 마음속 씨앗도 드디어 꽃을 피우게 된 순간이었다.
  • 문제는 타이밍이야
  • 정해윤 저 | 실천문학사
  • 『문제는 타이밍이야!』는 실천문학의 <담쟁이 문고> 시리즈 신간으로, 이제 막 사랑에 눈뜨기 시작한 청소년들이 가족, 친구들과 느꼈던 감성을 이야기로 묶은 단편집이다. 다시 찾아온 사랑을 위해 가출한 할머니를 찾으려는 가족들, 요리사가 되려고 열정을 쏟지만 정작 관심이 가는 여학생에게는 투박하게 행동하는 남학생,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칭찬만 받을 수 있다면 뭐든지 다 하는 열혈남아, 짝사랑 상대가 엄마의 애인이라는 사실을 알아버린 감성소녀, 서로 자란 환경이 다른 탓에 생겨 난 오해들을 풀기 위해 노력하는 두 친구. 첫사랑만 네 번째인 언니를 보며 사랑의 타이밍을 배우는 여동생 이야기까지……. 이 단편집에는 이 땅이 소년, 소녀들이 사랑이 시작되고 끝나가는 과정 속에서 생겨난 생채기를 관계 속에서 치유해 나가는 모습을 담백하게 그리고 있다.
  •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 이종화 저 | 홍성사
  • 대학 강단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작가의 첫 소설로서, 중국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18세기 프랑스인 신부의 삶과 열정이 이 작품을 쓰게 했다. 한자와 중국 경전 속에 숨어 있는 비밀을 조선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사람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그 비밀을 묻어 버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음모가 소설을 이끌어 간다. 이 작품은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역사추리소설이지만, 진영논리와 도그마에 갇혀 자신의 생각을 절대시하는 시대에 대한 반성으로도 읽힐 수 있을 것이다.
  • 바느질하는 여자
  • 김숨 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대산문학상에 이어, 2015년 이상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작가 김숨의 일곱번째 장편소설이다. 3센티미터의 누비 바늘로 0.3밀리미터의 바늘땀을 손가락이 뒤틀리고 몸이 삭도록 끊임없이 놓는 수덕과 그녀의 딸들이 ‘우물집’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한 자 한 자 새겨 2천 2백 매의 장편소설로 완성했다. “누비는 똑같은 바늘땀들의 반복을 통해 아름다움에 도달하지. 자기 수양과 인내, 극기에 가까운 절제를 통해 최상의 아름다움에 도달하는 게 우리 전통 누비야. 다른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한 침선법이지”라고 되뇌는 소설 속 인물의 말처럼,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지리한 인생에서 아름다움에 이르는 길이 이 소설 안에 펼쳐져 있다. 바느질하는 여자와 소설 쓰는 여자 김숨. ‘명장’을 증명하지 못할지라도 삶을 견디고 살아내는 자신만의 형식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다운 소설이다.
  • 바람이 분다
  • 손경주 저 | 인간과문학
  • 서사의 존재론적 의미를 발견한 소설 - 리얼리즘 소설의 원형, 상징 구조. 손경주의 소설은 리얼리즘적이지만 개성적이고 특별한 주관정신을 바탕에 깔고 있다. 필요할 때는 상징, 원형과 패러디의 기법을 차용한다. 소위 '민중'이라 불리워지는 계층인, 정치적으로는 피지배인, 경제적으로는 재분배를 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 문화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디테일하게 그리고 있지만, 손경주는 이른바 민중문학으로 불리워지는 경향의 소설을 쓰지는 않는다. 그의 소설문법은 한국소설의 정통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그는 인간 삶의 원형, 상징구조를 부단히 시도하며 서사의 존재론적 의미를 발견하려는 소설가이기 때문이다. 그 점이 이 작가를 주목하게 한다.
  • 바이칼 여신
  • 이우상 저 | 도화
  • 소설 "바이칼의 여신"은 세상 끝의 사실적 세계와 환상적 세계 사이 어딘가의 중립지대에 선 사람들에 관한 기록이다. 즉, 실재와 상상이 만나 서로의 본질에 스며들어 만들어지는 세계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 베개를 베다
  • 양인숙 저 | (주)문학동네
  • 2012년에서 2015년 사이에 쓰여진 열 편의 단편을 묶은 윤성희의 다섯번째 소설집. 우리는 삶 안에 있음에도 그로부터 소외되어, 삶의 의미와 느낌 같은 것들에 쉽게 무뎌진다. 저마다의 다양한 이유들로 우리는 삶의 실감을 잃어버린 채 주어진 시간을 살아갈 뿐이다. 어쩌면 윤성희의 소설을 읽는 일은 바로 이 삶의 실감을 되찾기 위함이 아닐까. 윤성희의 소설은, 작은 이야기들이 저마다의 무늬로 굽이치며 흐르고 있기에 무척 촘촘하다고 느껴지지만, 사실 이 빽빽함 안에는 굳이 언급하기를 생략하여 생겨난 아주 환한 여백들이 있다. 세밀하게 이야기되는 것들이 둘러싸고 있는 텅 빈 여백. 그 풍경이 바로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삶의 모습을 하고 있다. 어느 봄에서 시작하여 다시 어느 봄으로 끝나는 이 소설집을 읽으며 우리는 “(유행하는 말로 해보자면) 윤성희 소설을 한 편도 안 읽은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단 한 편만 읽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는 말이 전혀 유행 따라 그저 해본 말이 아님을, 또한 “낮술을 마시고 길을 걸을 때처럼 무엇이나 환하고 선명하게 보이게 한다”(문학평론가 백지은)는 말이 그저 비유에 그칠 뿐이 아님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 봄을 잃다
  • 하창수 저 | 나무옆의자
  • 고품격 로맨스 소설 시리즈, '로망컬렉션' 첫 번째 소설. 사랑을 잃고 자신마저 잃은 남자의 1박 2일간의 오디세이. 자정 넘어 집을 나선 몽인 앞에 펼쳐진 세상. 2년 동안 같이 산 봄으로부터도, 20년 동안 부부로 살아온 전처로부터도 충격적인 얘기를 들은 몽인은 결국 자정이 넘은 시간에 집을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봄을 잃어버리게 된 사건이 결국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 사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때로부터 마치 신이 계획한 듯 몽인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자발적 비자발적으로 펼쳐진다. 말로만 알고 있었던 게이라는 존재와 술잔을 기울이게 되고, 오랜 세월 친구로부터 이야기로만 들었던 한 미망인의 얼굴을 직접 보게 되고, 무심코 지나쳤던 길거리 노숙자들이 하는 놀라는 게임을 목격하게 되면서 저도 몰래 눈물을 흘리게 된다. 몽인이 이제껏 가져왔던 자신과 인간과 세상에 대한 모든 판단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그 해체의 여정이 결국 이르게 되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 붉은 꽃 나혜석
  • 정규웅 저 | 책이있는마을
  • 불꽃같은 예술혼을 태운 여성화가 나혜석을 써내려간 장편소설. 불운했던 시대에 자신의 예술을 꽃피운 나혜석. 누구보다도 당당할 것 같았던 나혜석의 삶은 시대가 수용하지 못할 연애사건으로, 한 여자로서 그리고 예술가로서 모든 삶의 조건들이 부정되었다. 결국, 그녀는 끝도 없는 종말로 치달았고 그녀의 예술혼 또한 피폐해진 영혼 앞에 무릎을 꿇고 쓸쓸히 스러져갔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여성화가라는 후세의 평가, 그 평가 이전에 그녀는 시대의 인습과 제도적 규범을 뛰어넘으려고 몸부림치다 운명의 줄에 덧없이 걸려 자신의 꿈을 저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남들보다 먼저 사회적 제도의 변혁과 세상의 변화를 위해 부단히 던졌던 노력으로 그 시대의 선각자로 남았고, 지금 우리에게 미래로 향하는 삶을 꿈꾸게 해주었다. 이 소설은 나혜석보다 1백 년 후 시대에 사는 진여희라는 화가를 통해 그녀의 삶을 추적함으로써 그녀가 그렸던 그림, 그녀가 썼던 글을 다시금 되새겨보게 한다.
  • 붉은 소파
  • 조영주 저 | (주)해냄출판사
  • 세계문학상의 제12회 수상작, 조영주의 장편소설 <붉은 소파>. "살인, 사진, 실종, 기억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이 반전을 거듭하며 흥미롭게 이어지는 심리 스릴러 코드의 소설로, "살인과 사진 그리고 비밀을 퍼즐 조각처럼 흩어두고 집중력 있게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해" 내고, "추리 서사로서 끝까지 독자들과 지적인 게임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한국문학에 필요한 스토리텔러로서 분명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추리소설 집필로 기반을 다져온 작가만의 개성과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장점이 있다. 소설은 15년 전 연쇄살인 사건으로 딸을 잃고 방황하는 스타 사진작가가 어느 날 사체 촬영을 제안받는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된다.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인 지금, 전문 사진작가라도 잘 사용하지 않는 뷰카메라(view camera)를 고집하고 딸과의 추억이 담긴 붉은 소파를 이용해 불특정 인터뷰이를 촬영하면서 범인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은 사진작가만의 감각으로 살인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고, 마침내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과 마주한다.
  • 비단길
  • 김원일 저 | 문학과지성사
  • 작가는 1966년 「1961․알제리」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으며, 이 책은 김원일의 여덟번째 소설집이다. 김원일의 소설은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 그 뼈대 주위를 채우는 이야기들로 자신만의 삽화를 그리듯 한 장 한 장 새겨졌다. 세월이 흘러 많은 것이 잊히고 사라졌지만, 김원일은 그 시간에 머물며 기꺼이 그때 그 사람들의 증인을 자처한다. ‘6.25전쟁이 있었고, 남과 북이 갈라졌다’는 간단한 사실 주변에 놓인 많은 사람들, 그래서 비슷하면서 각각 그 결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을 작가는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히 풀어온 것이다. 특히 이번에 수록된 소설 「아버지의 나라」에서 이미 성인이 된 그가 아버지의 행방을 추적하려 나서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이 소설을 통해 그는 자신의 평생 주제였던 ‘아버지’를 좀더 직접적으로 마주하며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로 담아낸다. 작가는 특히 ‘아버지의 부재’라는 거대한 세계를 직접 대면하는 소설을 책 마지막에 배치함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작가가 50년 동안 일궈놓은 문학 인생이 한 단락 매듭지어지는 듯한 겸허한 감상을 느끼게 한다.
  • 샹들리에
  • 김려령 저 | (주)창비
  • 제목 ‘샹들리에’는 여러 개의 전구가 모여 빛을 내는 방사형의 샹들리에 조명처럼, 다채로운 삶의 빛이 모여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소설집에는 저마다 다른 빛깔로 반짝이는 작품 7편이 수록되었다. 청소년을 중심인물로 하면서도 그들의 가족과 친구 등 다양한 조연들을 등장시켜 우리 시대의 현실을 선명하게 그려 낸다. 여기에 작가 김려령을 독보적인 이야기꾼의 반열에 올려놓은 유쾌한 입담과 기발한 서사 등이 한층 무르익어 어우러진다.
  • 세상에 없는 나의 집
  • 금희 저 | (주)창비
  • 중국 장춘에 머물며 한국과 중국에서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조선족 작가 금희(본명 김금희)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설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을 선보인다. 금희는 2013년 소설집 『슈뢰딩거의 상자』(료녕민족출판사)를 중국에서 출간한 뒤 2014년 봄, 계간 『창작과비평』에 조선족 사회의 탈북 여성 이야기를 다룬 단편 「옥화」를 발표하며 한국 문단에 신선한 활력을 불러일으켰다. 현실을 뚫고 나가는 박력있는 서사와 섬세한 심리묘사로 조선족 사회에서 바라보는 탈북자 문제, 중국의 소수민족으로서 체감하는 정체성의 갈등 과정 등을 핍진하게 그려낸 일곱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한국문학의 시야가 금희 이후 또 한번 넓어졌음을 절로 느낄 수 있다. 결코 우회하지 않는 금희 소설의 다채롭고도 선명한 이야기는 새롭고 의미있는 징표이자 신선한 질문으로 다가올 것이다.
  • 소설 독도
  • 황인경 저 | 도서출판광문각
  • 광해 임금 때부터 일본 어민들은 울릉도와 독도를 저희들 땅이라며 자주 침범해왔다. 그럴 때마다 참지 못한 동래 사람 안용복은 두 번이나 일본에 건너가서 울릉도와 독도는 분명한 우리 땅이라는 각서를 받아 가지고 돌아왔다. 안용복은 조선의 영토의식을 높인 인물이다. 민간인 신분이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해 권리를 확보했다. 안용복 때문에 왜는 조선의 강경한 태도를 알아채고 유화적이고 합리적인 노선을 택했다. 안용복의 도일 전까지는 억지와 기만에 근거한 외교를 펼쳐 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였다. 사연 많고 굴곡 많은 외로운 섬 우리 땅 독도를 지켜낸 한 위대한 인간의 영혼이 지금도 뜨겁게 살아 있다. 안용복은 개인의 노력으로 시작한 작은 불씨지만 수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사실을 알려 주는 불꽃같은 계기가 되었다. 지구촌이 하나가 되고 있는 세계화 시대, 한국인들은 모든 세계인들에게 독도가 왜 대한민국 땅인지를 당당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소설 목민심서>로 역사소설의 지평을 넓힌 황인경 작가가 의인(義人) 안용복의 행적을 소설로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 소설 장영실
  • 이재운 저 | 책이있는마을
  • 천민의 몸으로 조선 최고의 왕실 과학자가 되다 - 이 책 <소설 장영실>은 장영실이 고려 말, 조선 초로 이어지는 정치적 격랑에 휩싸이면서 동래현 관노로 추락한 데서 시작한다. 어린 나이에 관노가 된 장영실은 열 살이 되던 해부터 관아에 딸린 공방에 소속되어 잔심부름을 하며 지낸다. 그는 곧 뛰어난 눈썰미와 손재주로 어린 나이임에도 현령의 사랑을 받고, 특유의 창의성과 성실함으로 마침내 관노 신분에서 지존인 세종대왕에게 발탁되기에 이른다. 이후 그의 행보는 놀랍다. 훈민정음 등 굵직굵직한 업적을 남긴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사들의 성원과 지지로 당시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는 해시계와 물시계 등을 만드는 등 천문과학 분야를 발전시켜 신생국 조선을 과학 선진국으로 우뚝 세운다. 조선왕조 500년간 가장 뛰어난 업적을 이룩한 세종대왕, 그리고 그 세종대왕이 발굴하고 후원한 왕실 과학자 장영실이 있었기에 조선의 과학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수 있었다.
  • 쇼코의 미소
  • 최은영 저 | (주)문학동네
  •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 「쇼코의 미소」가 당선되어 등단한 최은영의 첫 소설집. 표제작이기도 한 「쇼코의 미소」는 등단작에 대해 흔히 우리가 걸게 되는 기대 - 기존 작품과 구별되는 ‘낯섦’과 ‘전위’에 대한 요구 - 로부터 물러나, 별다른 기교 없이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그 정통적인 방식을 통해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 특별한 작품이다. 국적과 언어가 다른 두 인물이 만나 성장의 문턱을 통과해가는 과정을 그려낸 이 작품은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자신과는 전혀 다른 타인이라는 사실을 직시했을 때, 그렇게 서로가 100퍼센트의 타인으로 마주서 있을 때, 그 순간 이해의 가능성도 열린다고 말한다. 최은영은 등단 초기부터, "선천적으로 눈이나 위가 약한 사람이 있듯이 마음이 특별히 약해서 쉽게 부서지는 사람도 있는 법"이라고, 전혀 짐작할 수 없는 타인의 고통 앞에 겸손히 귀를 열고 싶다고 밝혀왔다. 최은영의 시선이 가닿는 곳 어디에나 사람이 자리해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터. 최은영의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는 사람의 마음이 흘러갈 수 있는 정밀한 물매를 만들어냄으로써, 우리들을 바로 그 '사람의 자리'로 이끈다.
  • 신의 마지막 아이
  • 이선영 저 | (주)자음과모음
  • 한국소설의 서사와 스케일을 바꾼 이선영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 1억 원 고료의 뉴웨이브문학상을 수상한 이선영 작가가 이번에는 ‘신’이라는 존재에 의문을 던진다.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된 이선영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 [신의 마지막 아이]는 예수 탄생 신화를 작가만의 역사적 상상력으로 구현하였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신’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예수(여호수아)를 돌아보았고, 더불어 종교가 어떻게 권력이 되는지 이야기한다. 과연 우리가 믿고 있는 신은 절대적 존재일까, 아니면 만들어진 권좌일까.
  • 아부레이 수나
  • 김희원 저 | 문예출판사
  • 모래 먼지로 가득한 사막 같은 현실, 인간의 운명적 방황 속에서 따뜻한 소망을 풀어내다 - 예술평론가상과 직지문학상을 수상한 김희원의 두 번째 소설집. 각 단편 소설들은 모두 잃어버린 혹은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것은 인간의 쓸쓸한 운명이며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점점 삭막함이 가속화되어가는 풍토의 한 단면이다. 학원 차에 쫓기는 어린아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취업준비생, 어머니를 잃은 발레리나,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집을 잃게 된 중년의 남자, 노년에 접어든 할머니, 잃어버린 문화재를 지키는 이들, 문학에 목말라 하는 여인…. 작가는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운명의 무게를 따뜻하게 풀어나가며, 동시에 우리의 삶을 다독여준다. 인생의 허기를 느껴본 이라면, 그리고 옛 정서에 대한 그리움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운명적 방황을 거듭하는 인간을 향한 응원을 한껏 담은 김희원의 소설집 《아부레이 수나》를 통해 삶의 따뜻한 위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 도진기 저 | (주)민음인
  • 한국추리문학대상 수상 작가 도진기의 최신작. 현직 판사인 저자는 흥미로운 서사와 촘촘한 트릭으로 국내 추리 독자들의 찬사를 받은 첫 장편 소설 『붉은 집 살인사건』이래 매력적인 캐릭터 고진이 등장하는 시리즈를 꾸준히 발표하였고, 2014년에는 사이비 종교 집단 백백교를 현대에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연결시켜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유다의 별』로 한국추리문학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이번 법정 추리물에서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벌어진 잔혹한 살인사건의 이면에 숨은 의문과 맹점을 흥미롭게 파헤친다.
  • 애인의 애인에게
  • 백영옥 저 | 위즈덤하우스
  • 예술가와 이민자들의 도시 뉴욕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랑의 경험. 흡인력 있는 문체와 생동감 있는 서사로 2000년대 한국 젊은 여성들의 감수성을 대표해온 백영옥 작가가 4년 만의 신작. 2003년 등단 이후 신세대 여성들의 삶의 풍속도를 섬세하게 포착해온 그가 이번에는 뉴욕 예술계를 무대로 엇갈린 연인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포토그래퍼로서의 성공을 꿈꾸는 야심만만한 청년 성주와 그를 사랑한 세 명의 여인의 내밀한 사연이 쓸쓸하고 투명한 문체로 펼쳐진다.
  • 여름을 지나가다
  • 조해진 저 | 중앙일보플러스주식회사
  • 소외되고 버려지고 혼자 남은 타인들의 삶을 깊이 있는 문장으로 담아내온 조해진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여름을 지나가다』가 출간됐다. 조해진 작가는 200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하여 2013년 신동엽문학상과 2014년 젊은작가상을 연이어 수상했고, 섬세하고 정교한 문장으로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구축해나가며 유망한 젊은 작가로서 문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의 네 번째 장편소설인 『여름을 지나가다』는 2014년 한 해 동안 계간 《문예중앙》에 연재되었던 소설로서, 내일의 희망이나 포부를 갖지 못하는 젊은 세 남녀의 폐허 같은 삶을, 곧 폐허가 될 피난처에서 보내는 그들의 뜨겁고 아픈 여름의 시간을 치밀하고 단단한 서사와 특유의 정밀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권여선 작가는 “이 소설을 읽고 나는 내 어깨 위에 온전치 못한 천사가 기우뚱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혹시 당신에게도 그 불구의 천사가 찾아온다면, 그리하여 그 가엾은 천사의 호우로 꺾이려던 당신의 무릎이 곧추서고 비틀거리던 걸음이 제대로 놓인다면, 부디 기억하라. 그것은 조해진이 지난여름을 아프게 통과한 당신에게 보내는 선물”이라고 추천했다.
  • 女子, 사임당
  • 신영란 저 | 포북
  • 『여자, 사임당』은 어미로서 또는 무던히 인내하며 살았던 어진 아내로서의 삶에 가려져 있는 사임당의 여성성에도 눈을 돌려 사임당의 뒤안길 그리고 소설적인 허구가 곁들인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이다. 사임당, 그녀도 실은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던 한 여인이었음을 돌이키게 하고 평생 그녀를 가슴에 품었던 한 지고지순한 사내의 사모곡도 비밀스럽게 풀어낸다.
  • 열등의 계보
  • 홍준성 저 | 은행나무
  • 2015년 한경 청년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 당선작 『열등의 계보』는 일제 강점기에서 전후 한국과 1980년대, 1990년대를 지나 현재까지 망라하는 김녕 김씨 충무공파 4대(代)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각 시기를 대표하는 가문의 주인공들은 힘든 현실을 벗어나려 몸부림치지만 운명은 그들이 순탄한 삶을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사는가”라는 인간 된 삶의 근본을 물어보는 질문이 전 시대를 걸쳐서 보편성을 지닌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네들이 그 속에서 어떤 군상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이 소설은 보여주고 있다.
  •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 이기호 저 | 마음산책
  •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는 작가 이기호의 짧은 이야기 모음집이지만 여운은 더욱 길다. 어디서나 펼쳐 읽기에 부담이 없는 호흡으로 압축적이고 밀도 있는 글쓰기를 보여준다. 이 짧은 소설들은 마치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손바닥소설이 자아내는 깊이를 재현한 듯 읽는 재미와 묵직한 통찰이 있는 되새기기에 좋은 이야기들인 것이다. 일간지에 인기리에 연재한 짧은 소설 가운데 작가가 애착을 가지고 직접 선별한 40편을 새롭게 다듬어 일반 소설의 규모와 무게에 견주어도 전혀 모자람이 없는 작품집으로 거듭났다. 폼 나는 사람들, 세련된 사람들이 아닌 좌충우돌 전전긍긍 갈팡질팡 하는 우여곡절 많은 평범한 사람들, 그렇게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 맞닥뜨린 어떤 순간을 작가는 호명해낸다. 솔직하고 정직한 이 사람들의 ‘지지리 궁상’들을 특유의 비애와 익살로 되살린다. 이름하여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의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이야기’들.
  • 유령의 시간
  • 김이정 저 | 실천문학사
  •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이정 소설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자 작가와 아버지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유령의 시간』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사회주의라는 이념의 껍질 속 북한의 현실을 보고 다시 남으로 내려온 남자와 그를 쫓아 뒤늦게 북으로 간 아내. 휴전선이 가로막아 가족을 품에 안을 수 없게 된 남자는 재혼해 사남매를 낳도록 전 부인을 호적에서 지우지 못하고 옛 가족과 새 가족 사이에서 그리움과 죄책감에 시달리고, 남한 사회는 그를 사회안전법이라는 보이지 않는 창살 속에 가두어 인간다운 삶을 앗아가버렸다. 아내와 두 아들이 간첩으로라도 다시 찾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던 남자는 사망하기 얼마 전부터 자신의 일생을 기록하기 시작하지만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다. 세월이 흐른 후 그의 딸은 아버지의 헤어진 부인과 두 아들이 북에 생존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1975년에 멈추어버린 아버지의 일기장을 꺼내 미완의 자서전을 완성한다. 그녀는 얼굴도 모르는 북의 오빠에게 보내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안부 편지에 ‘아버지는 평생 당신들을 그리워했습니다’라고 적는다.
  • 유희의 국경
  • 신경진 저 | 문이당
  • 2007년 『슬롯』으로 제3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신경진의 네 번째 장편소설 『유희의 국경』은 작가의 첫 본격 연애 소설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작가 특유의 빠르고 간결한 문체가 주인공의 감각적인 시선과 조화를 이루며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불행한 결혼 생활의 끝자락에서 주인공 유희는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사랑을 꿈꾼다. 사랑은 거부할 수 없는 ‘존재 이유’이며 동시에 자신을 함정으로 이끄는 위험한 선택이다.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희생이 뒤따른다. 사랑의 좌절과 실패의 예감은 굳게 닫힌 국경의 이미지로 묘사되며 그녀를 현실에서 초현실적인 가상 세계로 이끈다. 경계를 넘으면 꿈꾸어 왔던 사랑이 찾아올까. 그녀는 답을 찾기 위해 국경으로 향한다. 신경진 소설의 강점은 가독성에 있다. 『유희의 국경』에서도 작가 특유의 서사는 유감없이 발휘된다. 모호하고 추상적인 가상의 국가 엠베리 오르삭을 묘사하면서 작가는 ‘정치적 이상’이라는 깊이 있는 주제를 주인공의 ‘사랑’이라는 개인적인 감정과 절묘하게 결합시킨다. 작가의 설득력 있는 목소리는 쉬르리얼리즘의 세계에서 빛을 발한다.
  • 윤비 : 조선의 마지막 황후
  • 서충원 저 | 청어
  • 2016년 개봉 예정작 <덕혜옹주>로 주목받는 조선의 마지막 황실 이야기. 덕혜옹주를 친딸처럼 아끼고 신분을 버리고 가수가 된 이석을 키운 비운의 황후. 빼앗긴 역사와 함께 저물어간 고결한 그녀의 숨결을 고스란히 되살린 서충원 장편소설. 윤비는 하나의 살아있는 실체였다. 윤비가 걸어온 길을 우리는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이 책은 윤비가 걸어온 험난한 여정의 길이기도 하다. 윤비는 낙선재에 살았어야 했다. 하지만 왕비는 궁궐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궁궐의 법도를 깼다. 스스로가 아닌 타의에 의해 돛대도 없이 떠다니는 몸이 되었다. 그렇기에 그 회한이 한으로 남아 평생을 굴욕과 비운 속에서 햇빛 한번 제대로 볼 수 없었음을 그 누가 알까.
  • 응달 너구리
  • 이시백 저 | 한겨레출판
  • 작가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펴내는 소설집. 이번 소설에는 제11회 채만식문학상 수상작인 장편 <나는 꽃 도둑이다>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삶의 두터운 무게와 희비극이 뒤엉킨 밀도 높은 열한 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또한, 소설 뒤에 실린 정아은 소설가와의 대담은 소설을 읽는 깊이와 재미를 더해준다. '리얼리스트로서의 글쓰기, 그리고 농촌에서 살아가는 작가의 몫'이란 주제의 대담을 통해 작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소설가로서의 고민과 생각을 진지하게 풀어낸다. 이런 고민은 열한 편의 단편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칠팔십 년대가 아닌 작금의 농촌의 모습과 그 안에서 전도되어 일어나고 있는 의식들, 그리고 여전히 삶의 주변부에서 살아가는 민중이라 지칭되는 인물들의 여러 층위를 가감 없이 우리에게 보여준다. 한 마을의 이장 선거를 중심으로 다루면서 연평도와 4대강, 그리고 빨갱이로 통칭되는 이데올로기의 강박적 의식을 담아낸 '잔설' 등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지 못하는, 근대 문화유산 정도로 취급되는 농촌의 모습과 기만당하는 민중의 모습이 소설로서만이 가능한 방법으로 치열하게 그려져 있다.
  • 의인법
  • 오한기 저 | 현대문학
  • 내러티브의 풍부한 구성력과 서사의 집중력으로 한국 소설의 경계를 과감하게 떨쳤다는 평가를 받으며 등단한 오한기의 첫 소설집. 등단작을 비롯해 여기 수록된 아홉 편의 단편은 장르적이고 하위문화적인 요소들과 메타소설적 장치들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중층적인 내러티브에, 인간과 삶에 대한 이해를 풍부하게 해줄 다채로운 문화적 경험을 더하여 이야기로서의 보편성을 확보하고 있다. 주인공들은 그들이 오한기인 양 소설을 쓰고 있거나 소설을 쓰려고 하는데, 소설가가 되려는 욕망(소설가는 오직 소설을 쓰고 있을 때만 소설가라고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만이 그들을 존재하게 한다. 오한기의 의인법이란 사회적으로 인간 이하라고 낙인찍힌 인물이, 인간됨을 획득하고자 (즉 오한기가 스스로를 소설의 등장인물로 만듦으로써) 하는 자기변혁 의지로서의 의인법이다. 나를 살게 하는 것이 나를 인간이 아니게 만든다는 아이러니, 인간 이하의 존재인 나를 인간인 척 밀고 나가는 소설, 일종의 메타픽션 혹은 오토픽션이라 볼 수 있다. 낯선 소설로 이해될 수도 있지만, 한국문학의 쇄신을 이끌 문단의 차기 주자로서의 오한기의 한 단면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제5의 숲
  • 박혜강 저 | 심미안
  • <죽음과 맞선 사람들에게 숲이 선사하는 희망의 메시지> 거대한 죽음의 물결 속에서 그 풍파를 피해 숲으로 숨어들어온 사람들과 ‘4기’ 암 환자들이 모여 마을을 이룬 ‘제5의 숲’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단순히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막장 인생을 살아가는 공간이라기보다는 희로애락의 숨결이 시시각각 요동치는 바깥세상의 축소판인 셈이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관찰자로 등장하는 장영우가 백여우라 불리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정규학교에 가지 못하고 제5의 숲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암을 치유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학문을 익히며 세상에 눈떠가는 과정을 담은 이 소설은, 생의 벼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곧 삶임을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그것은 숲이 늘 우리 곁에 있는 이유이자 자연의 순리이기도 하다. 작가는 지난 6년여의 시간 동안 큰누님과 넷째누님 그리고 어머니를 잃었다. 가족의 부재와 건강을 급격하게 상실한 그는 오랫동안 소설을 쓰지 못했다. 자살에 대한 충동과도 싸워야 했다. 그 와중에 숲과 만나면서 조심스럽게 한 줄씩 써나간 것이 이 장편소설이다.
  • 조선의 발바닥
  • 윤찬모 저 | 청어
  • 『조선의 발바닥』은 1895년 을미년에 지평군(지금의 양평군)에서 젊은 유생과 포수가 뜻을 모아 일으킨 의병을 소재로 한 이야기다. 단발령으로 일어난 공분의 화약고에 불을 댕긴 지평에 세 젊은이들이 걸어간 길을 따라 일백이십여 년 전으로 뒷걸음질을 쳐서 자료를 모으고 그들의 흔적을 되밟았다. 그들의 힘겨웠을 시간들을 생각하면서 파고들면 들수록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을 풀려다가 새롭게 써내는 기나긴 시간 여행을 이제야 마친 것이다. 쥐들이 조선 땅에 어지러운 상황을 예고하면서 동학도가 처참하게 죽어간 과정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역사의 밑에 고여 있던 그 가족들의 삶도 파보고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은 뒷얘기도 펼쳤다. 거울을 보듯이 왜병들의 눈으로 조선을 다시 비춰 보기도 하였다. 소설이 아무리 허구라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진실이라고 판단되는 부분들은 그대로 살려 썼다. 동학도와 관군의 싸움, 단양 장회협의 승전, 충주읍성 치고 빠지기, 수안보전투, 가흥창 공격, 남산성 결전, 모두다 승패를 떠나서 결코 헛되지 않은 값진 희생이 서려 있으니 읽으면서 그 의미 또한 되새겨지리라 믿는다.
  • 종의 기원
  • 정유정 저 | 은행나무
  • 펴내는 작품마다 압도적인 서사와 폭발적인 이야기의 힘으로 많은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정유정이 전작 《28》 이후 3년 만에 펴낸 신작 장편소설. 집 안에서 ‘누군가’에게 살해된 어머니를 발견하는 것이 사건의 시작이고, 그 ‘누군가’를 밝히면서 드러나는 진실이 이야기의 주를 이룬다. 과거의 이야기를 빼고 나면 ‘사흘(3일)’이라는 짧은 시간이 흐를 뿐이지만, 독자들은 아주 낯설고도 특별한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바로 그 누구도 온전히 보여주지 못했던 ‘악’의 속살을 보게 되는 것이다. 빠른 호흡과 거침없는 문장, 앞뒤로 꽉 짜인 이야기 구조가 발휘하는 특유의 속도감과 흡인력은 여전하다. 다만 서사의 규모를 대폭 줄이는 대신 1분 1초도 헛되게 쓰지 않는 정확하고 치밀한 묘사로 밀도감과 긴장감을 증폭시켰고,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한층 더 깊어졌다.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면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한 작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 중국색시
  • 허련순 저 | 국학자료원 새미(주)
  • 삶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운명일까? 운명이라고 여기고 지금 함께 웃고 있는 두 사람도 그날의 황당한 맞선이 아니었다면 오늘까지 긴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었다. 아무리 진지한 사건도 대개는 아주 사소하고 아무렇지 않은 인연으로 이루어진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었던 그녀는 고장난 시계추처럼 늘 한곳에 멈추어 있었고 수레바퀴 자욱에 고인 빗물처럼 누구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잦아드는 존재였다. 타고난 운명이라 여겼지만 멀리 도망치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 남자와 맞선을 본다. 50대 1의 맞선 상대를 물리치고 뛰어난 미모로 도균이란 한국 남자한테 구원처럼 낙점되었지만 첫날 밤, 한 다리로 자신의 몸 위로 돌진하는 남자를 보고 그만 실신한다. 남자에게는 한쪽 다리가 없었다.
  • 중국식 룰렛
  • 은희경 저 | (주)창비
  • 막막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밤하늘의 길잡이별처럼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작가 은희경의 여섯번째 소설집 『중국식 룰렛』이 출간되었다. 그 이름만으로 하나의 브랜드라 이를 정도로 이십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세련된 감각을 유지하며 작품활동을 이어온 은희경은 언제나 빛나는 문장들로 독자들의 외롭고 지친 마음을 보듬어주었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여섯편의 소설 역시 각기 다른 성광과 매력을 뽐내며 일상의 우연들이 얼마나 소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행운과 불운이 교차하는 날들이 얼마나 공교롭게 우리를 이끄는지를 은희경 특유의 섬세하고 정련된 필치로 펼쳐 보인다.
  • 초뻬이는 죽었다
  • 강병철 저 | (주)천년의시작
  • 1983년『삶의문학』으로 등단한 강병철 작가의 열세 번째 책, 소설집 『초뻬이는 죽었다』가 (주)천년의시작에서 출간되었다. 『초뻬이는 죽었다』에 실린 8편의 단편소설은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그 안에는 삶과 죽음뿐만 아니라 시대상 등을 집약적으로 그려냈다. 또, 에피소드들을 세밀하고 사실적이면서도 담담한 어조로 묘사하고 있다. 작품 속 TV와 가요, 영화 등은 대중의 욕망과 대중문화가 어떻게 결합되고 향유되는지를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음담패설의 반복적 사용은 해학과 풍자적 효과를 드러내는 동시에 희극적 재미를 더해준다.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가난하거나 억척스럽고 심지어 처절하기까지 하다. 한마디로 밑바닥 인생들을 살아가는 집합소인 것이다. 이러한 기법과 요소들은 독자들이 페이소스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몰입하게 만든다. 저마다의 인생들을 읽으면서 우리는 또 한 번 삶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카뮈로부터 온 편지
  • 이정서 저 | (주)새움출판사
  • 전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카뮈의 <이방인>은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 지루하고 재미없는 소설이 되어버렸을까? 2014년을 뜨겁게 달군 번역논쟁의 중심에는 <이방인>의 역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이정서가 있었다. 이 책은 ‘김화영의 <이방인>은 카뮈의 <이방인>이 아니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번역 연재를 했던 6개월의 시간을 소설적으로 재구성해 보여준다. 주인공 이윤은 죽은 카뮈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고서 <이방인>을 새롭게 번역하는 작업에 빠져든다. '편지를 보내오는 카뮈란 대체 누구인가?' 라는 미스터리적인 긴장감 위에, 번역 과정에서 <이방인>의 원 문장과 국내에 번역된 <이방인>의 문장들이 비교되며 어느 순간 올바른 번역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카뮈로부터 온 편지>는 번역을 소재로 한 독특한 메타소설이라 할 수 있다. 실제 번역 과정이 소설로 재탄생된 건 유례가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우선 흥미롭다. 또한 이 작품은 이윤이 <이방인>번역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의 번역을 통해 쉼표 하나도 무의미하게 사용하지 않았던 천재 작가 카뮈의 숨결을 고스란히 되살리고 있다.
  • 토스쿠
  • 정광모 저 | 산지니
  •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우연히 모인 곳은 한 로봇공학자의 목공심리치료소. 명쾌한 이성적 사고로 삶을 대하는 ‘장 박사’의 도움으로 이들은 자신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다루는 방법을 배운다. 그런데 어느 날, 장 박사는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나고, 긴 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생명의 은인과도 같은 장 박사를 찾아 떠난 3인은 미지의 섬에 있다는 그와 무사히 귀국할 수 있을까? 『토스쿠』의 제목은 ‘또 다른 나’라는 의미를 가진, 작가가 만들어낸 단어이다. 작가는 “한 인간의 내면에는 수많은 ‘나’가 살고 있다. 또 다른 나는 살인자이거나 독재자일 수도 있고 광신도이거나 예술가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현실에서는 그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를 살고 있지만, 소설을 통해 작가는 수많은 가능성의 씨앗을 싹틔워 인간의 한계와 현실의 본질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 하루나기
  • 김석희 저 | 열림원
  • 소설가 10년, 번역가 20년. 제주 귀향 이후 그가 작가 인생 제2막을 시작하다 - 다시 시작하면서 나는 무척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1988년 「이상의 날개」를 발표하며 등단한 이후 절필 이전까지 10년간 한 권의 장편소설과 한 권의 소설집을 내놓으며 번역가로서의 눈부신 활약과 더불어 꾸준히 창작활동을 해왔던 소설가 김석희가 오랜 침묵을 깨고 그간의 미출간된 아홉 편의 중단편소설과 등단작까지 포함하여 두 번째 소설집을 우리 앞에 선보인다. 다시 소설가로 돌아가겠다는 선언도 함께다. 이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엿볼 수 있는 특징은 20대 청춘의 방황과 열정, 40대 중년의 현실과 혼란이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만나게 되는 순간이다. 지리멸렬하게 지속되는 일상 속에서 어느 날 문득 찾아온 소식을 통해 나 자신의 과거와 현재가 마주하는 순간, 마치 ‘시간의 늪’에 빠져버린 것처럼 흘러가버린 젊음, ‘단층’처럼 그때와 지금의 시간적 지층이 어긋난 접점으로 포개진 것을 인식해버린 순간의 아득함을 작가는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집요하게 그려낸다.
  • 한계에서
  • 김상묵 저 | (주)역사비평사
  • 제1회 「세계의 문학」 신인상에 소설 '날씨'로 당선된 작가 김상묵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SF소설의 형식을 띤, 기발한 상상력과 치밀한 문장력으로 디스토피아적 세계와 인간 존재의 한계성에 대해 때로는 사실적으로 때로는 우화적으로 파고든 그로테스크한 작품이다. '신데렐라적 전환'에서 '갈라파고스적 전환'으로 이동하는 시대정신, 복제인간을 통한 '환생'과 그 결과로 남게 된 '허깨비'라는 버려진 육체, 그리고 무수하게 복제되어 용의자를 추적하는 '동일체' 등을 통해, 마치 [블레이드 러너], [인터스텔라], [매트릭스] 등에서 나타난 영화적 상상력이 소설 속으로 오버랩된다. SF소설의 경우 대개 미래사회를 다루면서 천편일률적으로 서양식 무대를 설정하는 데 반해, 이 소설은 기발하게도 서울 근처의 수도권을 무대로 삼고 있어서 훨씬 참신하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복제인간이자 허깨비라고 불리는데, 이들은 우리들 자신의 일상적 존재양식에 대한 은유이다. 복제인간의 이 여행은 형식적으로 이름과 과거를 찾는 것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신의 존재와 가치와 길에 대한 성찰인 것이다.
  •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 한창훈 저 | 한겨레출판
  • 소설가 한창훈의 소설 다섯 편을 모은 연작소설집. 176페이지밖에 안 되는 작은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수십 년이 걸려서야 완성된 단단하고 커다란 의미가 있는 책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작가는 20대 후반이던 어느 날 우연히 한 신문 칼럼을 읽게 된다. <녹색평론> 김종철의 '단 하나의 법조문만 있는 나라'라는 글이다. 얼마나 가슴에 와 닿았던지 작가는 그 종잇조각을 가위로 오려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읽고 또 읽는다. '어느 누구도 특권을 누리지 않는다'는 남대서양 화산섬인 트리스탄 다 쿠냐 섬의 이야기가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40대 중반이 된 작가는, 어느 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시민사회 구성원의 덕목에 대한 우화풍 소설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는다. 처음엔 거절하나 문득 저 가슴 깊은 곳에 잠자고 있던 섬 이야기가 떠오른다. 김종철의 칼럼은 그렇게 연작소설의 첫 편인 '그 나라로 간 사람들'로 재탄생한다. 그리고 이어서 다른 네 편의 소설이 5년 사이에 차례로 발표된다. 소중한 씨앗 하나가 연작소설을 낳게 만든 것이다. 책의 그림 작업은 작가의 딸인 한단하 씨가 맡았다.
  • 헤이그의 왕자 위종
  • 김제철 저 | 도서출판 경진(작가와비평)
  • 명성황후의 시해 사건을 연구하던 주인공(이현우)은 무녀의 힘을 지닌 나타샤를 만나게 된다. 그녀를 통해 이현우는 '이위종'의 삶을 쫒게 되고,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이위종의 삶이 점차 드러나게 된다. 헤이그 밀사 3인 중의 한 명으로만 알려져 있는 이위종은 미국공사로 부임하는 아버지 이범진을 따라 10세에 도미하여 그곳에서 중등교육을 받았고, 프랑스로 건너가 나폴레옹이 세운 생 시르 육군사관학교에 한국인 최초로 입교했다. 그리고 17세부터 러시아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던 중 헤이그 특사로 발탁되어 21세의 젊은 나이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기간 각국 기자들을 상대로 일본의 을사늑약의 강제성과 비합법성을 폭로하고 한국인의 독립의지를 호소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위종은 한국 최초의 세계인이었으며 그의 삶 역시 조국 독립을 위한 처절한 노력의 연속이었다. 길지 않았으나 파란만장해서 드라마틱하기까지 했던 그의 애틋하고 숭고한 삶의 여정은 그래서 오늘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라 여겨진다.
  • 편혜영 저 | 문학과지성사
  • 편혜영의 네번째 장편소설이다. ‘그로테스크한 디스토피아’를 그린 첫 소설집 『아오이가든』(2005)을 출간한 이후 작가는 새 작품마다 변화의 지점을 만들어가며 초창기 작품 세계를 넘어서는 밀도 높은 서사와 문장의 긴밀성을 장점으로 한 작품들을 써왔다. “치밀하게 계산된 모호함”으로 “삶의 폭력성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능력”(소설가 오정희)을 갱신하며 소설을 튼튼하게 다져온 편혜영은 이효석문학상(2009), 동인문학상(2012), 이상문학상(2014), 현대문학상(2015) 외 다수의 상을 받았다. 이 책의 이야기는 『작가세계』(2014년 봄호)를 통해 발표한 단편 「식물 애호」에서 시작되었다. 느닷없는 교통사고와 아내의 죽음으로 완전히 달라진 오기의 삶을 큰 줄기로 삼으면서, 장면 사이사이에 내면 심리의 층을 정밀하게 쌓아 올렸다. 또한 모호한 관계의 갈등을 치밀하게 엮어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해냈다. 사고가 일어난 직후 벌어지는 일들과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일들이 교차로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한 인간에 대한 적나라한 일면이 서로 단단히 연결된 문장들로 기록되었다.